AS센터 후기

소니 워크맨 WM-EX70 수리기 (자가수리/수리수리협동조합/영진전자)

GhazX 2024. 4. 2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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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GhazX입니다.
이번에는 아주 장기간 수리에 매달렸던 기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자가수리도 해보고, 안되서 세운상가에 수리수리협동조합이라는 곳에 맡겼다가,
이후 같은 세운상가에 재방문해서 영진전자에서 수리가 끝난 기기네요.
 
이 수리 과정이 꽤나 길기도 하고, 워크맨을 소장하는 다른 분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써봅니다.
이 워크맨은 아버지가 대학생 시절에 쓰던거고, 제가 다시 20대에 이걸 수리하니
대를 이어 다시 작동하게 되었네요. 
그럼 수리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보통 전 이런 전자제품이던 시계던 어지간한 기계들은 재미삼아 집에서 자가수리하는 편입니다.
보통 카세트플레이어들의 고장은 고무벨트가 늘어져서 재생이나 빨리감기가 안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분해후 벨트를 확인해보니 탄성이 낮습니다.

흐물흐물해서 탄성이 낮은게 문제 같아보이더군요.
규격을 보니 사각벨트인데, 이게 늘어난거다보니 정확히 몇mm짜리 사각 고무벨트를 사야할지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인터넷에서 사각벨트 여러규격을 다 샀습니다.
여전히 이런거 옥션/지마켓 이런데에서 검색하면 판매가 되더군요.
근데 고무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체하고보니 재생도 잘 안되고, FF빨리 감기만 되고 나머진 아에 안되더군요.

자가수리하면서 찍은 문제 증상입니다.
재생을 누르거나, REW를 누르면 조금 돌아가다가 다시 멈춰버립니다.
결국 모터나 기판쪽 문제로 보이는데,
이베이나 인터넷 뒤져서 중고부품 찾으려해도 찾기도 어렵더군요.
 
결국 인터넷에서 이런걸 전문으로 고치는 분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세운상가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22년도에 온 세운상가 사진입니다.
수리수리협동조합이라는 조합형태의 수리업체가 있다고 해서 블로그 글들을 보고 찾아왔었습니다.
 
주소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 메이커스큐브 세운-동201호
입니다.

보니까 아무도 없고 부재시 연락달라는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전화드리니 한 여성분이 오셨고, 조합형태라 이걸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는데,
조금 멀리 계셔서 기다려 달라고 하시더군요.

기다리니 담당하시는 분이 옵니다.
광진전자라는 업체 사장님이신거 같더군요.
여기에 맡기고 돌아 왔습니다.
가게 앞에는 카세트플레이어들과 카세트데크들이 가득한걸로 보아 잘하시는분일테니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진이나 찍다가 돌아왔는데,
맡긴뒤 한달 가까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그때 방문할때 조금 정신없이 접수를 한지라
까먹으셨나 해서 제가 먼저 사장님한테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제가 문자를 드리니 수리수리협동조합에 광진전자 사장님이 수리를 해봤는데,
재생은 A방향은 되는데, B방향 재생과 REW기능, 뒤로 감는 기능이 작동을 안한다고
수리비 안받고 수리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자가수리를 해야하나.... 하고 두개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뜯어봤습니다.
잘 작동하는 중국산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는데, 저기에 있는 모터를 어찌저찌 이식하면 되지 않을까..?

는 무슨 어림도 없었습니다.
중국산에 들어간 모터가 두께가 훨씬 커서 애초에 이식 자체가 불가능 하더군요.

이걸 보고도 이식하려고 하면 엄...
결국 이거저거 해보다가, 2022년을 마지막으로 방구석에 2년 넘게 잊혀집니다.
 
그리고 2년뒤인 지금 꺼내니, 모터에서는 키이이이이이잉 하는 굉음이 나고,
재생도 제대로 잘 안되더군요..
이젠 진짜 버려야 하나... 하다가 다시 인터넷 글들을 검색,
세운상가에 영진전자라는 사장님도 이런걸 수리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마지막이다 싶어 다시 세운상가로 올해 24년도 4월 초에 방문을 했습니다.

세운상가를 가기 위해 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서울을 올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서울은 다른 광역시에서는 느낄수 없는 느낌이 있습니다.
 
대기업과 정부의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들과 영세 사업자들의 허름한 건물들,
길가 가득한 외국인들과 젊은 사람들과 노인들,
복잡한 도로와 많은 차들 등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같이 보이면서 서울만의 느낌이 납니다.
 
광교, 송도, 부산 해운대 등 여러 신도시랑은 다르게 화려하면서도 뭔가 오래된...?
여튼 제 목적은 워크맨 수리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세운상가 앞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대영 조명가게 왼편에 세운상가 골목으로 들어갈수 있는데, 그쪽으로 쭉 들어가면서 왼쪽을 보면

영진전자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소는 
서울 종로구 종로26길 12-1
입니다.
가보니까 사장님은 이미 다른 카세트 플레이어 분해해서 고치는 중이시더군요.
 
사장님에게 제꺼를 보여드리니
일단 모터 불량은 확실한거 같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수리수리협동조합에도 한번 맡겼던 제품이라고 하니
"조합에서는 대형 카세트 플레이어 위주로 해서 못 고쳤을 수도 있어요."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확실히 가게 내부에는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장님이 연락처 남겨달라하셔서 남기고, 
이게 바로 되는 수리가 아니라 조금 걸린다 하시더군요.
 
그리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수리가 끝났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워낙 옛날꺼라 부품구하기도 힘들어서 오래걸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 수리가 되어 왔습니다.

수리되어 돌아온 워크맨입니다.
택배로 받았고, 공임+부품비 합쳐서 저는 83000원 들었네요.
가격은 카세트의 고장 정도마다 따라 다르겠죠.
사실 8만원 정도면 정말 카세트테이프만 들을 목적이라면
다른 아남전자나 강원전자에서 나온 3-5만원대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고도 남는 돈입니다.
근데 이걸 고치는건 사실 뭐... 감성이죠 ㅋㅋ
 
아버지가 쓰던걸 내가 다시 고쳐서 쓴다 하는 그런 낭만...?

워크맨 작동 영상

워크맨은 카세트테이프 이거저거 틀어봤습니다.
작동 영상에는 스팅 카세트가 들어갔네요.
AB 양방향 재생 잘 되고, 앞뒤 빨리감기도 모두 동작하며, 오토리버스까지 모든 기능 완벽하게 동작하더군요.
 
자가수리하고 세운상가 2번 갔다오니 제대로 수리가 끝났습니다.
2022년부터 수리하려고 한걸 2024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끝나네요.

이제 남는 카세트랑 껌전지들 갖고 할거 없는 지하철에서 들으면 될거 같습니다.
전지는 산요에서 나온 껌전지인데, 다 쓴 배터리를 구분하기 위해 제가 번호를 써뒀습니다.
 
충전기는 쿠팡이나 11번가 같은데에서 "껌전지 충전기"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제꺼는 페어맨 제품입니다.

산요꺼가 용량이 1.2v 650mAh입니다.
이게 좀 용량이 작아서 다른것도 찾아봤는데,
 
요즘 배터리에 쓰는 리튬으로 만들어서 1000~1400mAh정도의 용량이 나오는 껌전지들을 찾았는데,
개당 가격이 조금 쎄더군요.
알리에서는 1개에 4400원정도, g마켓이나 네이버쇼핑 같은데서는 1개에 1~2만원씩 합니다.
 
저 산요 껌전지는 g마켓에서 1개당 970원입니다 ㅋㅋㅋㅋ
산요꺼가 워낙 가성비인 관계로 당분간은 산요꺼를 쓰려고 합니다.

집에 있는 카세트테이프들입니다.
이게 워낙 많았어서 여러번 버리고 남은 카세트들인데, 그래도 제법 많습니다.
 
이게 제가 산 카세트 테이프들이 아니고,
아버지나 고모가 사둔 메탈-클래식-드라마ost-팝송 등의 장르 구성이라,
이게 또 새로운 음악을 탐험하는 느낌의 재미가 있습니다.

충전기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잘 충전되고, 원래는 자전거 손전등 같은데 쓰는 리튬전지를 충전할때 쓰라고 나온 물건 같은데,
껌전지도 잘 충전되더군요.
 
지루한 지하철에서 요즘 유튜브도 볼것도 없고, 노래는 제가 사둔거는 이미 지겹게 들었는데,
카세트 하나씩 꺼내서 유선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시간떼울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네요 ㅋㅋ
 
요즘은 다 스마트폰에 무선 이어폰 쓰는 시대인데,
이런 아날로그가 주는 감성과 부모님 세대의 음악을 같이 듣는다 라는 의미가 있으니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크맨 수리할 생각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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